‘기혼’ 숨기고 교제하며 성관계 손해배상하라며 1500만원 지급 판결


기혼자가 결혼사실을 숨기고 이성과 성관계를 가진 것은 상대방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9단독 조순표 판사는 최근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8가단5077483)에서 "B씨는 A씨에게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미혼이던 A씨(당시 26·여)는 2016년 3월부터 B씨(당시 34·남)와 6개월가량 사귀며 성관계를 가졌다. 그러던 중 A씨는 임신을 해 같은해 8월 임신중절수술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B씨는 2009년 C씨와 혼인신고를 마친 유부남이었다.


이에 A씨는 "유부남인 사실을 숨긴 채 결혼을 전제로 성관계를 하고 임신중절수술까지 받게 하는 등 (자신을) 기망해 정신적 피해를 입혔다"며 위자료 5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조 판사는 "B씨의 배우자인 C씨가 남편의 외도사실을 뒤늦게 알고 A씨를 상대로 창원지법에 위자료를 청구한 사건에서, C씨도 A씨가 B씨를 처음 만날 때 B씨가 유부남인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며 "또 B씨는 A씨와 교제를 하면서 2016년 5월 A씨의 아버지와 함께 등산과 식사를 했는데 A씨의 아버지가 자신의 딸과 교제중인 B씨가 유부남인 것을 알고 이러한 만남을 가졌다는 것이 매우 이례적인 점 등에 비춰보면 B씨가 A씨를 기망해 성관계에 이르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미혼 여성에게 상대방이 기혼자인지 여부는 교제를 결정할 때 매우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B씨의 기망행위는 단순히 윤리적·도덕적 비난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라 A씨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라고 설명했다.


다만 조 판사는 "A씨가 임신중절수술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는 것과 관련해서는 A씨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B씨의 기망행위와 A씨의 피해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두사람의 나이, 경력, 교제 기간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해 위자료를 1500만원으로 정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법원은 지난해 5월에도 같은 취지의 판결을 한 바 있다. 같은 법원 민사208단독 이광영 부장판사는 심모(당시 29·여)씨가 서모(당시 41·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8가단5044865)에서 "서씨는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었다. 서씨에게 인스타그램 쪽지로 연락을 받은 뒤 카카오톡을 주고 받았던 심씨는 오프라인에서 만나 골프여행 등을 다니며 수차례 성관계를 가졌다. 두달 뒤쯤 서씨는 심씨에게 일방적으로 결별을 통보했는데, 만남 초기에 심씨가 "결혼을 했느냐"고 질문했지만 서씨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


이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미혼여성에게 상대방의 기혼여부는 교제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사항"이라며 "심씨가 질문까지 했지만 서씨가 결혼 사실을 부인하고 가족관계를 숨긴 것은 심씨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위 정보는 법률신문의 박수연 기자(언론인)의 취재 내용이며 상대방의 기혼여부는 교제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사항이라는 것이 관건인 판결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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